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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이스 시리즈 이야기 - 아돌의 3대 모험은 공식 설정이 아니다?

 

이스 시리즈를 접하신 지 좀 오래되신 분이시라면 '아돌의 3대 모험' 이라는 단어를 어디선가 들어보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스 시리즈의 주인공인 아돌 크리스틴이 남긴 모험일지 중에 가장 유명한 3대 모험이 있는데 '잃어버린 고대왕국', '셀세타의 수해', '알타고의 오대룡' 이 그것이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잘 언급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과거 이스7이 처음 나왔을 때 3대 모험 마지막 떡밥이 나왔다고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으며 이후 이스 신작들이 나올 때마다 커뮤니티에서 3대 모험에 대해서 조금씩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위키피디아와 나무위키 등에서도 언급되기도 했고 국내 메이저 웹진 기사에서도 자주 언급되었던 설정입니다.

 

저도 옛날에는 이 3대 모험을 공식 설정으로 알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해당되는 근거 자료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얼마 전 이것이 공식 설정이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자료를 찾게 되어 이 글을 통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3대 모험이라는 이야기가 처음 나온 곳은 어디인가?

제 기억으로 이 3대 모험이라는 언급을 처음 본 곳은 "게임월드" 라는 국내 잡지에 기재되었던 이스 4의 공략집에서였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까 1994년 1월호에 나왔었네요.

 

당시의 기사에서 3대 모험이 언급된 부분인데 공략 서문에 한 번, 그리고 공략 마지막에 이스 5를 기대하는 글에 한 번 더 언급되어 있고 여기서는 "3대 대표작", "3대 걸작"으로 각각 소개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당시 이스 시리즈에 광적으로 열광하고 있던 시절이라 당시에 나왔던 관련 기사나 자료는 가능한 찾아서 읽어봤었는데 이 공략이 나오기 전에는 3대 모험이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여 아마도 여기가 최초 근원지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3대 모험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제가 이 3대 모험이 공식 설정이 맞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일본에서는 여기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구글에서 "아돌 3대 모험"이라고 한글로 검색해보면 관련된 글이 다수 검색되는데

일본 구글에서 마찬가지 단어, 혹은 "이스 3대 모험" "아돌 3대 걸작" "아돌 3대 대표작" 등등 유사한 단어를 일본어로 검색해 보면 관련 글이 단 한 건도 검색되지 않습니다.

이스 시리즈는 일본에서 나온 게임이고 3대 모험이 공식 설정이 맞다면 일본 웹사이트에서 관련 글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정상으로 볼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아돌 3대 모험은 공식 설정이 아니고 한국에서 와전되었거나 지어낸 설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죠.

 

그러면 '알타고의 오대룡'의 원 출처는 어디인가?

하지만 3대 모험이 공식 설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위의 게임월드 기사로 볼 때 적어도 이스 4가 나왔을 시점에 '알타고의 오대룡' 이라는 단어가 이미 존재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것이 어디에서 가장 먼저 나왔는지에 대해서 조사해봤습니다.

 

그 결과 알아낸 사실은, 다름아닌 이스 1에서 알타고의 오대룡이 처음 언급되었다는 것입니다.

(리메이크 작인 이스 이터널 말고, 1987년에 나온 이스 1 원작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스1의 매뉴얼에는 이스의 주인공 아돌 크리스틴이 게임 시작 시점까지의 행적을 약 13페이지의 소설 형태로 담았는데 그 첫번째 페이지의 서문 내용이 아래와 같습니다.

 

너는 아돌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가?

아돌 크리스틴 ── 때를 거슬러 올라가 천 수백년전 옛날, 에레시아 대륙의 서쪽 끝, 에우로페 지방의 북동쪽에 위치한, 이름모를 작은 산촌에서 태어나, 16세 부터 63세에 세상을 떠나기 전 까지 에우로페를 중심으로 한 해외 각 지역을 여행했던 용맹한 모험가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쾌활함과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지는 호기심 풍부한 젊은이 였다고 한다.
특히 그는 바깥 세계에 대해 많이 알고 싶어했고, 어느날 그의 마을을 들린 여행자와의 만남을 계기로 스스로 모험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의 행동범위는 주요 교통수단이 도보와 배 뿐이었던 당시 세계에서는 놀랄만한 것이었다.
남쪽으로는 아프로카 대략의 중앙부, 동쪽으로는 오리엣타 지방의 티그레스 강까지 이르렀고, 말년에는 북극점까지 목표로 했다 ── 하지만 이것은 실패로 끝났다고 한다 ── 라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것으로 보면 그의 이향의 땅에 대한 모험심, 탐구심, 그리고 동경은 상당한 것임을 알 수 있으며, 그는 발딛은 곳마다 일어났던 일을 모험일지에 기록했고 그것을 후세에 남겼다.

대표적인 것으로 ──

「알타고의 오대룡」
「셀세타의 수해」
「모래도시 케핀」

── 등이 꼽히고 있다.

백여권에 달하는 그 기록은 현재 그의 생가의 지하창고에 보존되어, 서쪽 세계를 폭풍처럼 누빈 그와는 대조적으로 조용히 잠들어 있다. 우리는 이들 책을 읽음으로서 그가 어떤 모험을 펼쳐왔는지를 알수 있게 될 것이다.

여기에 적힌 이야기는, 그 기념비적인 첫 번째 책 「잃어버린 고대왕국」 의 시작부분을 번역, 소설화 한 것이다.
모험의 무대는, 지금은 대해의 바닥에 잠들어있다고 하는 나라 에스테리아.
이야기는 그가 그 나라에 다다르는 경위를 따라가며 진행된다.

빛과 어둠이 아직 혼돈에 달한 시대. 그가 그 피부로 체험한 것을 그 자신이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읽어주었으면 한다.

 

위의 내용과 같이 이스 1 메뉴얼에 이미 알타고의 오대룡뿐만 아니라 셀세타의 수해(이스 4), 모래도시 케핀(이스 5)에 대한 타이틀이 이미 언급되었었습니다.

추측하건데 이 타이틀은 당시에는 후속작을 염두하고 정했다기보다는 주인공 아돌의 설정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 적당한 제목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이스 시리즈가 장기화되면서 여기에 언급된 타이틀을 하나씩 게임화 했다고 생각하고요.

 

(해당 타이틀이 언급된 이스 1 매뉴얼 원본 부분을 캡처한 이미지)

 

여기서는 이 3개의 모험을 '대표적인 모험일지'라고 언급되었기 때문에 이것을 3대 모험이라고 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바로 뒤에 '~등이 꼽히고 있다.'라는 표현이 있기 때문에 대표작은 이 3개가 다가 아니다. 3개 외에도 더 있다 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또한 이것을 3대 모험이라고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알려진 '잃어버린 고대왕국' 이 3대 모험이라는 것은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기념비적인 첫 번째 모험이라고 소개되고 있고 대표적으로 언급된 모험에는 빠져있으니깐요.

 

그 외 다른 자료를 보면, 일본에서 알타고의 오대룡에 해당하는 이스 7이 발매되었을 때 소개 문구에는 아래와 같은 언급이 있습니다. (출처 : 일본 아마존 이스7 상품설명)

팬 대망의 「알타고의 오대룡」 드디어 게임화!
이스 탄생 당초부터 그 존재가 밝혀졌지만 내용은 여전히 수수께끼였던 모험일지 「알타고의 오대룡」이 드디어 게임화!

 

이와 같이 한국에서는 아돌 3대 모험의 마지막 작품이 나왔다고 화제가 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알타고의 오대룡이 이스 초기에(이스 1) 밝혀진 모험일지라는 식으로만 소개가 되고 마찬가지로 3대 모험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결론

지금까지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이스1 메뉴얼에서 아돌의 대표적인 모험일지에 대해서 언급되기는 하였으나 공식적으로 이를 명확하게 '3대 모험' 이라는 식으로 정의한 적은 없다.

 

2. 아돌의 3대 모험이라는 것은 이 언급이 한국에서 와전되어서 만들어진 설정이며 이 과정에서 모험 1개 내용이 바뀌기까지 했다. (모래도시 케핀→잃어버린 고대왕국)

 

이스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당시에는 부족한 일본어 해석으로 고유명사가 잘못 해석되어 한국에 퍼졌던 사례도 있었기 때문에, 이 3대 모험이라는 설정도 일본어로 된 원작 매뉴얼 해석이 부정확하게 와전되어서 3대 모험이라는 식으로 유저들 사이에 공유되었고 그 내용이 위의 게임월드 기사를 통해 당시 게이머들에게 퍼져서 굳혀져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 이스 팬덤 사이에서는
'이스7에서 아돌 3대 모험 떡밥을 다 써버렸는데 이제 차기작들은 어떡하냐'
'앞으로 나올 이스 신작은 이제 3대 모험에 포함되지도 않을 건데 설정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논란이 가끔씩 나올 때도 있는데,

적어도 이스의 개발사에서는 애초에 공식 설정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점에 관해서는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3대 모험 같은 것에 신경 쓰지 말고 편한 마음으로 이스의 차기작을 기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 ㅇㅇ 2021.11.24 17:03

    진짜 잘봤습니다 저도 3대모험을 믿던 사람이었는데 이거 보니까 안심되네요 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세이렌섬이라던가 더 큰 모험들도 있었는데 이 설정이 맞나 싶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