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임 이야기

코나미가 게임을 싫어한다는 이야기에 대한 반론

올해(2019년) 는 코나미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코나미의 행보는 게임팬들에게 실망의 연속이었습니다.

 

 

'코나미는 게임을 싫어하는 회사다.'
 
'코나미 사장은 게임을 만드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코나미는 게임 싫어한다면서 왜 아직까지 게임에 손대는지 모르겠다.'
 
게임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이런 말을 들어보셨거나 혹은 본인이 이런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거대 커뮤니티나 SNS등에서 코나미로 검색해봐도 이런 반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 유저들이 남긴 댓글을 캡쳐한 자료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저 이야기가 그냥 드립 비슷한거라 생각해서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최근에 자주 다니는 커뮤니티나 SNS로 알고 있는 인터넷 지인분들까지 저 내용을 진지하게, 진심으로 믿는 분들이 보이기 시작해서 이제는 좀 진지하게 따져볼 때가 된것 같아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코나미가 게임을 싫어한다, 부끄러워 한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부풀려진 루머입니다.

이 글에서는 저 루머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코나미는 어쩌다가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애초에 저 이야기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먼저 알아볼 내용은 저 이야기의 근본적인 출처가 어디인가 하는 내용입니다.
이 이야기의 출처는 2015년 8월, 일본경제신문(닛케이)에서 쓴 “코나미, 카리스마 경영의 균열” 이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시기는 메탈기어 시리즈의 코지마 히데오가 코나미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퇴출되려고 하는 동향이 나타나 팬들의 분노와 불안이 집중되었던 시기였습니다.

 

기사 링크 (일본어, 회원가입해야 열람가능)

https://www.nikkei.com/article/DGXMZO89986400R30C15A7000000/

 

コナミ、カリスマ経営のほころび

家庭用ゲームで日本を代表するブランドを誇るコナミに異変が起きている。突然の組織再編に人気クリエーターの退社、沈黙を守るトップ――。2015年3月期からはゲームソフトの販売実績を非公表に切り替えた。ベ

www.nikkei.com

 

이 기사의 내용은 코지마를 비롯한 코나미의 유명 개발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는 내용이나 코나미가 메인 게임사업을 모바일 게임으로 전환하려는 동향, 코나미의 일부 블랙기업 스러운 행태, 코나미의 회장 “코즈키 카게마사” 가 과거에 말했던 언행 등을 종합해, 좋게 말하면 코나미의 어두운 면을 고발한, 나쁘게 말하면 코나미를 까는 기사였습니다.

 

원래 기사 제목도 "코나미, 균열이 시작된 코즈키 왕국" 이라는, 마치 코나미를 독재왕국으로 취급하는 것 같은 공격적인 문구였는데 몇차례 제목이 수정되어 위와 같은 제목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코나미 측에서 이의를 제기한 것이 아닌가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는 코지마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게 되었고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번역된 내용이 인터넷에 퍼져서 마찬가지 상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기사는 아래에서도 계속 언급할 예정이라 이후는 “그 닛케이 기사” 로 약칭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그 닛케이 기사에는 코나미의 회장 “코즈키 카게마사”에 관한 이러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게임의 이미지가 좋지 않아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직업을 말하지 못했다.” 코즈키는 1999년, 창업 당시를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코즈키 씨는 [고작 게임] 이라는 세간의 풍조를 신경쓰고 있어서 [게임 장사꾼] 이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 경영회의에 참석한 OB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드디어 게임 외의 사업을 손에 넣었다.” 700억엔을 넘게 들여 피플을 매수해 건강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코즈키는 직후 경영회의에서 함께 한 간부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네, 이 세가지 발언이 코나미가 게임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근본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출처입니다.

저 문장들을 그냥 대충 읽어보면 회장 게임 싫어하는 것 맞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럼 저 내용이 정말로 충분한 근거가 되는지에 대해서 조목조목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2. 정말로 코나미는 게임을 싫어하는 것이 맞는가?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코즈키 카게마사” 라는 인물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코즈키 카게마사

1969년에 코나미를 창업한 창립멤버 중 한 명이며 사장과 회장 자리를 오가면서 창업때부터 현재까지 코나미 최고경영자 자리에 군림(?)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자신의 둘째 아들인 “코즈키 타쿠야” 를 사장 자리에 앉히기도 했습니다.

1940년생으로 삼성 이건희 회장보다 고령이지만 아직도 개발 일선까지 영향력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그 닛케이 기사에서 지적하고 있는 내용인데, 이 사람의 성향이 “외부 매체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라고 합니다.
그래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 사람이 인터뷰를 한 내용이나 소신을 밝히거나 하는 자료가 거의 없습니다. 이것도 게임을 싫어한다 라는 루머를 발생시킨 원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여튼 이 사람이 한 발언에 대해서 정말로 이 사람이 게임을 싫어하는 건지 세세하게 따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 발언


“게임의 이미지가 좋지 않아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직업을 말하지 못했다.”

코나미가 게임 만드는 것을 부끄러워 한다, 코나미 회장이 게임을 부끄러워 한다 라는 이야기가 나온 출처가 되는 발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발언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저 내용이 아니라 “시기”입니다.
코즈키 회장이 저 발언을 한 시기는 기사가 나왔을 당시가 아니라 1999년이었고, 그 때도 현재상황이 아닌, 창업 당시를 회상하면서 한 이야기입니다.
코나미의 창업은 50년 전인 1969년, 초기에는 주크박스 사업을 했다가 1978년 부터 오락실 게임을 시작으로 게임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해, 1970년~80년 초 시절에 그랬다는 이야기지 그 닛케이 기사가 쓰여진 시기 혹은 현재를 이야기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애당초 그 닛케이 기사가 쓰여진 시점은 코즈키는 자신의 아들에게 사장 자리를 물려준 상태입니다.
아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말하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운 것이 현재 진행형이었다면 그 아들에게 사장 자리를 물려줬다는 이야기도 모순이 되겠죠.

그리고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코나미 창업 당시, 일본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안좋았던것 같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일본은 게임 선진국이니까 게임에 대한 인식도 옛날 한국보다는 좋았겠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것 같은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코즈키 회장의 저 발언도
“내가 아이들에게 내 직업을 말하지 못할 정도로 당시 게임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좋지 않았다.” 가 핵심인데
“내가 아이들에게 내 직업을 말하지 못할 정도로 나는 내 직업이 부끄러웠다.”
라는 식으로 변질되어서 유저들에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발언

“코즈키 씨는 [고작 게임] 이라는 세간의 풍조를 신경쓰고 있어서 [게임 장사꾼] 이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

 

코나미 회장이 게임을 싫어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출처가 되는 발언입니다.

이 내용도 앞의 발언과 맥락이 같은 발언입니다.
당시 게임에 대한 인식이 너무 좋지 않아서 외부에서 그렇게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는 것이지
회장 본인이 게임을 싫어해서 저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발언 내용도 "외부에서 그렇게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 일 뿐인데 이것을 "게임을 싫어했다", "게임 만드는 것을 싫어했다." 라고 해석된 것도 변질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코즈키 회장이 저런 생각을 가지게 된 배경과 관련한 한가지 자료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외부 미디어에서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는 코즈키 회장의 인터뷰 내용이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입니다.

기사 링크(일본어)

http://kigyoka.com/news/magazine/magazine_20150414_15.html

 

時代の波頭をつかみ成長 新卒一期生のがんばりに支えられた /コナミ社長 上月景正

企業家や起業を目指すビジネスマンのためのニュースサイトです。ビジネスマガジン企業家倶楽部より抜粋された孫正義や柳井正他、著名な企業家たちの軌跡を紹介した記事です。【Venture Story】

kigyoka.com

2005년에 있었던 이 인터뷰 내용중에는 코즈키 회장이 코나미 창업 초기에 겪었던 고충을 이야기한 부분이 있는데 그 중 이와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1. 1981년에 직원이 30명 정도였던 코나미는 36명의 신입을 채용했는데
게임은 장래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람이 없었다.
당시 게임 관련 직업은 미움받는 시대라 게임 업종으로 직원을 채용하면 사람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전자응용기기 제조회사로 이름을 내걸고 초급도 시세보다 많이 올려서 직원을 채용했다.

2. 코나미가 첫 상장을 했을 때 게임이라는 업종에서는 상장이 안되었기 때문에 전자응용기기 회사로 상장했다.
당시 일본 게임회사로서 첫 상장을 한 회사가 코나미였는데 이 사례를 보고 다른 게임회사들도 같은 수단을 사용해서 이어서 상장했다.

이런 사례들만 봐도 당시 일본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안좋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당시의 일본은 게임이라는 업종을 외부에 내걸게 되면 구인도 상장도 하기 힘들어 회사를 성장시키기 매우 힘든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코나미는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 게임이라는 업종을 숨겨가면서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배경을 생각해보면 위의 코즈키 회장의 발언도 수긍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에서 게임 장사꾼이라 불리면 사람을 모으거나 회사를 키우는데 지장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싫어한 것이지 본인이 게임을 싫어하는 이유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애당초 정말로 게임을 싫어했다면 저렇게 하면서까지 게임 회사를 키우고 싶었을까 라는 의문도 있고요.

 

중간에 게임을 장래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말한 것도 중요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만드는걸 싫어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게임을 장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순이죠.


세번째 발언


“나는 드디어 게임 외의 사업을 손에 넣었다.”

코나미 회장이 게임 싫어하니까 다른 사업 시작했다고 엄청 좋아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출처가 되는 발언입니다.

여기에 대한 배경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2001년에 코나미가 피트니스 클럽, 스포츠 클럽 등의 사업을 운영하던 주식회사 피플 이라는 회사를 매수하여 코나미 그룹의 자회사 중 하나인 “코나미 스포츠 주식회사” 로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인데 저 피플이라는 회사가 게임하고 전혀 관계없는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코나미에서 만든 유명한 게임 중 하나인 댄스 댄스 레볼루션(DDR)이라는 댄스 게임이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특정 버전 이후로 게임을 플레이한 플레이어의 소비 칼로리를 측정하는 기능이 추가된 적이 있었는데
이 칼로리 측정 기능을 저 피플이라는 회사와 협업해서 개발했었습니다.

코나미가 이 회사를 인수한 것도 피플의 모회사가 사업부진으로 피플을 매각하려는 것을 사들인 것이고
현재까지도 DDR를 포함한 코나미의 댄스게임에서 칼로리 측정하는 기능을 피플에서 넘어온 코나미 스포츠와 협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코나미 스포츠 측에서도 피트니스 머신에 게임쪽의 기술을 도입하는 등 게임쪽과 서로 협력하여 발전시켜 오고 있고요.

 

 

 

예를 하나 들면 코나미 스포츠에서 2008년에 시도한, 피트니스 클럽에서 단체 에어로빅 프로그램에 응용하기 위한 DDR 게임 시스템을 가져온 "그루브 모션 DDR" 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요는 코나미에서 시작한 스포츠 사업이 게임과 전혀 관계없는 뜬금없는 사업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경영자가 게임을 싫어하니까 스포츠 사업을 시작했다는 생각이라면 그 스포츠 사업에 이런식으로 그 싫다는 게임을 계속해서 연계시켰을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코나미 회장의 발언들이 코나미가 게임을 싫어한다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반론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저 닛케이 기사를 쓴 기자가 기레기짓을 조금이나마 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사 목적이 코나미를 까는 의도였고 거짓 내용은 쓰지 않았지만 교묘한 편집으로 마치 코나미 회장이 게임에 대해서 안좋게 생각해서 코나미가 변했다 라는 것처럼 보이게 기사를 썼고 한국,일본 관계없이 많은 유저들이 실제로 그렇게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러면 왜 그 당시에는 저 기사에 대해서 이렇게 따져보는 사람이 없었냐를 이야기해 보면
그 당시는 코지마 퇴출 논란 때문에 팬들의 코나미에 대한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있었고 이성적으로 이런 것을 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만약 그 당시에 이런 글을 적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코나미 실드치냐고 비난밖에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니깐요.

그리고 그 당시 알려진 코나미의 여러 블랙기업적인 행태를 보고 "게임 싫어하는 거니까 저렇게까지 하는거구나." 라는 식으로 대충 납득하고 받아들인 사람들도 많았다고 생각되고요.



여담으로 좀 더 이야기하면, 현재의 코나미의 행보는 게이머 입장에서 실망스러운 것 들 뿐이지만
한때는 코나미에도 황금기라 불리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초반 시절, 이 당시 오락실 게임, MSX, 패미컴, 슈퍼패미컴 등으로 출시한 코나미 게임들은 대부분 갓게임 급의 고퀄리티 게임을 뽑아냈다는 것은 그 시절 실제 게임을 접했던 고전게이머 분들이라면 부인을 하실 분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당시 코나미 최고경영자도 (여러분들이 게임을 싫어한다고 인식하는) 그 코즈키 카게마사 였습니다.

코나미 회장이 게임을 싫어해서 코지마 히데오가 쫓겨났다? 그런 논리라면 코지마 히데오는 처음부터 코나미에 입사를 못했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코지마 히데오가 코나미에 입사했을 때도, 메탈기어를 처음 만들었을 때도,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었을 때도 모두 코나미 최고경영자는 코즈키 카게마사 였으니깐요.




3. 2015년에 코나미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자,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여러분은
“아니, 코나미가 게임을 싫어하는게 아니라면 대체 코지마 히데오는 왜 그렇게 불합리한 취급을 당하면서 쫓겨난건가?”
라는 의문을 가지실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이 의문에 관해서, 그리고 현재의 코나미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내용도 그 닛케이 기사에서 언급된 내용이지만 국내에서는 위에서 이야기한 코즈키 회장 발언에만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되어서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의 시발점은 “드래곤 컬렉션” 이라는 게임에서 비롯됩니다.

 


드래곤 컬렉션은 코나미에서 2010년에 출시한 가챠 기반의 모바일 소셜 게임이며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만들어 질 정도로 잘 나갔던 게임입니다.
일본에서는 법률로 금지되기까지 한 “컴플리트 가챠” 라는 극악한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게임이 잘나갈 때 수익이 매월 수억엔에 달했다고 합니다.
모바일 게임이기 때문에 개발비는 극히 적은 수천만엔 정도였고요

(메탈기어 솔리드 5가 총 개발비 100억엔을 넘었다 하니 개발비 대 수익으로 놓고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었겠죠)

 

게다가 2015년 당시 코나미의 콘솔 게임쪽 수익은 10년전에 비해 1/3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 떨어진 수익은 소셜게임의 수익으로 메꾸는 형태였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 코나미 최고경영자, 코즈키 카게마사는
“시대는 소셜 게임이다. 소셜 게임에 힘을 더 넣어야 한다.”
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계속 말했다고 합니다.

저는 코즈키 회장의 발언 중에 위에서 언급한 자식에게 직업을 말할 수 없다 운운 보다 이 쪽이 훨씬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게임을 싫어하는 코나미 회장”
이 아니라
“소셜 게임을 좋아하는 코나미 회장”
으로 인식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는 말이죠.

여기서 우리는 또 한명의 인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저 드래곤 컬렉션의 프로듀서를 맡았던 “하야카와 히데키” 라는 인물입니다.

 


하야카와 히데키
1996년에 코나미에 입사했고 메탈기어 솔리드 1에서 홍보 담당으로 참여하여 코지마 히데오와 같이 일한 적도 있던 사람입니다.
드래곤 컬렉션을 히트시킨 후에 이 사람은
2011년에 코나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KDE) 집행임원,
2014년에 KDE 부사장,
2015년에 KDE 사장까지 올라 현재까지도 KDE사장 자리에 있는
말 그대로 출세가도를 달린 인물입니다.

(참고로 코지마 히데오가 2011년에 KDE 부사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2018년에는 한국의 게임산업협회에 해당하는 일본의 CESA 의 회장까지 겸직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참고로 이 CESA 회장은 과거 코즈키 카게마사 회장도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KDE 사장에 오르고 나서 코나미의 게임 사업은 모바일 쪽 중심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장 취임 당시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은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모바일은 콘솔, 아케이드보다 훨씬 소비자들에게 친밀한 기종이다."
"2015년의 게임 시장은 전체적으로 모바일이 견인하게 될 것이다."
"자사의 대표 IP를 이용해 향후 적극적으로 모바일게임 전개에 힘쓰겠다."

 

(출처 기사)

https://m.mt.co.kr/renew/view.html?no=2015051513208194220#_enliple

 

닌텐도 이어 코나미까지, 일본 콘솔 주력 업체들도 모바일로

▲ 앞으로는 '스네이크'를 모바일에서 보게 될까?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관련기사]닌텐도가 변했다, DeNA와 손잡고 모바일게임 진출 선언'모바일게임 개발은 없다' 닌텐도, 꺾이지 않는 고집의 넋...

m.mt.co.kr

그리고 2015년 하면 코지마 히데오가 회사에서 불합리한 처분을 받으며 퇴출되려고 하는 동향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결국 2015년 12월, 코나미를 나가게 된 해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두가지 일이 아무 연관성 없이 일어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모바일 게임을 성공시킨 인물이 2014년에는 코지마와 동급의 자리에 올라왔고 서로 게임에 대한 마인드가 다른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의 불화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건 아무런 근거 없는 순수한 제 추측입니다만, 당시 코지마 히데오와 하야카와 히데키 사이에 사내 정치 싸움 같은게 일어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그 승리자는 소설 게임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최고경영진의 지지를 얻은 하야카와 히데키 쪽이고

그 결과가 2015년 3월 코지마 프로덕션 해체, 2015년 4월 하야카와 히데키 KDE 사장 승진 이라고 생각하면 앞뒤가 딱딱 맞아 보이지 않나요?
(여담이지만 하야카와 히데키는 코지마 퇴사 직전에 진행했던 송별회에서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다 합니다.)

그래서 이후의 코나미의 행보나 발매하는 게임들도 소셜 게임, 모바일 게임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이해가 갈 것입니다.
무조건 모바일 게임만 만드는 것이라기 보다는 콘솔 등 다른 쪽 게임에서도 모바일 게임처럼 “개발비를 적게 들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개발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모바일 게임의 주된 수익 시스템인 가챠나 인앱결제 등을 다른 쪽 게임에도 도입하고 있고요.
여기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옛날에 유명했던 IP 재활용이나 후속작, 우려먹기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개발비가 많이 들어갈만한 IP는 홀대하고 개발비가 적게 들어갈 수 있는 (극단적인 예로 고전게임 복각판이나 리마스터) IP 에만 손을 대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코나미에서 2015년 후에 나온 게임을 살펴보면 모두 이러한 형태로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위 AAA라고 불리우는,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게임은 더 이상 손을 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리고 콘솔게이머의 실망이 무색하게, 2015년부터 현재까지 코나미의 게임 쪽 수익은 계속 상승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여담으로 한가지, 코나미가 게임을 싫어한다는 루머 중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코나미에 새로 바뀐 사장이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게임 산업에서 손을 떼려 하고 있다."

이것은 확실히 잘못된 루머이며 이런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코나미 최고경영자(코즈키 카게마사) 와 KDE 사장 (하야카와 히데키) 를 구분 못하고 같은 "코나미 사장"으로 생각해서 나온 오해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게임 싫어한다는 논란이 된 발언을 한 사람은 코즈키 카게마사일 뿐이며 하야카와 히데키가 게임 좋아한다 싫어한다 이런 언급을 한 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현 시점의 코나미의 회사 구성을 간략하게 그려봤습니다.

 



4. 마무리

코나미가 게임 만드는걸 좋아하던 싫어하던 현재의 코나미의 행보에 관해서 콘솔 게임 유저분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만이고 아쉬워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오래전부터 코나미 게임은 콘솔 게임쪽은 관심을 끊은지 오래고 리듬 게임, 오락실 게임 위주로만 좋아하고 있고 코나미 오락실 게임 쪽은 아직까지 계속 연명하고 있는 중이라 콘솔 게임 유저분들 보다는 더 중립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오해가 없으셨으면 하는 것은,
이 글은 2015년 이후의 코나미의 행보나 블랙기업 스러운 경영방식, 유명 개발자들을 내치는 행태에 관해서 까는 사람들에게 까지 마라라고 실드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코나미는 마땅히 욕먹고 까여야 하는 회사라는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코나미가 저러는 이유에 관해서 “코나미가 게임을 싫어하기 때문에 저러는 것이다.” 라고 사실인양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 이 글의 주제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코나미 회장은 소셜 게임을 좋아한다.” 도 있고 돈나미, 콘마이, 콦낪밊 등등 코나미를 깔 수 있는 수단은 그 외에도 많이 있으니 앞으로도 마음껏 까주시면 되겠습니다. 거기에 반대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깐요.

 

아뭏튼, 콘솔이나 AAA게임에 관심이 있으신 게이머 분들은 지금이나 미래의 코나미에 일절 기대나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게임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서 전세계 모바일 게임이 모두 죽어버리고 콘솔 게임이 그 자리를 차지하던가 하지 않는 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