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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기기 잡설

[컬럼] 아톰 프로세서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떠난 넷북

 

 

 

바야흐로 넷북의 종말이 가시화 되고 있는것 같씁니다.

 

http://www.guardian.co.uk/technology/2012/dec/31/netbooks-dead-2013

2013년부터 ASUS등에서 더이상 넷북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소식이 있었고

 

http://www.electronista.com/articles/13/04/13/netbook.shipments.to.be.down.72.percent.in.2013/

넷북이라는 카테고리가 2015년에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사에 대해서 여러 네티즌들이 넷북과 아톰에 대한 썰을 푸는 글들을 보면 이 글의 제목과 같은 사실에 대해 다시금 통탄을 금할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는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넷북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 제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지금까지 넷북때문에 생긴 아톰에 관한 사람들의 어긋난 인식에 관해서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1. 아톰은 원래는 저가형이 아닌 저전력 프로세서였다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톰의 태생에 관해서부터 이야기 해야 할것 같습니다.

아톰이 처음 나온 것은 원래는 UMPC 같은 작고 가벼운 휴대용 PC 기기를 위한 프로세서였습니다.

(UMPC는 후에 인텔에서 MID라는 카테고리를 만든것도 있으나 이 글에서는 편의를 위해 UMPC하나로 통일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과도기에 해당하는 프로세서가 인텔의 A110 이라는 것이었는데 삼성 Q1이나 후지츠 U1010 같은 초기 UMPC에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A110은 저전력을 위해 새로 만든 프로세서라기 보다는 기존 펜티엄M(도선)을 클럭다운 시킨 정도의 물건이었는데 단순한 클럭다운으로는 소비전력/발열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극한의 저소비전력을 중점으로 둔 새로운 아키텍쳐를 개발하게 되었고 이것이 아톰의 기원이 됩니다.

 

 

 

 

 

그러다가 나타난 것이 200$ 노트북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전세계에 충격을 주었던 ASUS의 Eee PC 라는 물건이었습니다.

이 노트북이 준 충격은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것을 넘어서 "작고 가벼운데 가격이 싸다" 라는 점까지 있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노트북 시장은 작고 가벼운 노트북은 성능이 좋건 나쁘건 큰 노트북보다 비싸게 나오는것이 일반적인 시장의 인식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인텔은 이런 먹음직스러운 떡밥을 놓치지 않고 덥석 물어먹어 이런 식의 작으면서도 가격이 싼 PC 라는 카테고리를 정형화 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것이 "넷북" 이며 이 과정에서 인텔은 아직 개발중이었던 아톰 프로세서를 기존의 목적과 다르게 저가용으로 재활용한다는 새로운 방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톰의 계보가 크게 두가지로 갈리는데

초창기 컨셉이었던 소형 기기용 저전력은 아톰Z,

이 넷북용은 아톰N 으로 나뉩니다.

(그 외에도 데스크탑용, 임베디드용 아톰도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깊게 다루지 않겠습니다)

 

이 둘의 차이는 아톰N은 여러가지 저전력 설계를 제외하여 아톰Z보다는 전력/발열이 높지만 그래도 태생이 저전력이었기 때문에 기존 프로세서들보다는 저전력이었고, 초창기에는 칩셋도 아톰 전용이 아닌 기존 인텔 프로세서용 칩셋을 그대로 가져와 붙인 수준이었죠.

프로세서 칩의 크기도 아톰Z보다는 커졌고 소비전력의 제한이 풀려서 일부 스팩은 아톰Z보다 높은 부분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제외와 재활용으로 가격을 낮추었다는 컨셉이었습니다.

 

그리고 넷북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관심에 힘입어 실제 출시는 아톰Z 보다 아톰N 이 먼저 되었다는 역전극까지 벌어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넷북에 밀려서 UMPC 같은 아톰Z 쪽 기기는 인지도도 그렇고 실제 출시 제품의 규모도 그렇고 넷북에 비하면 극소수라고 할수 있을 정도로 비중이 적어졌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UMPC같은 미니기기에 관심있는 소수 유저층을 제외하고는 아톰Z 라는 존재나 아톰Z와 아톰N의 구분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아톰은 한가지 뿐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정도입니다.

 

솔직히 오래전부터 이쪽 정보를 수집해온 저 같은 사람도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아톰Z와 아톰N이 뭐가 다른지 이해시켜 주기가 참으로 난감할 정도니깐요.

 

애당초 처음부터 인텔에서 팬티엄,셀러론 이런식으로 저 두가지 프로세서에 각각 다른 이름을 붙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이 뒤에 적을 사람들의 오해도 훨씬 적어졌을 테니깐요.

 

 

 

2. 넷북으로 인해 발생한, 아톰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

 

넷북이라는 존재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아톰 프로세서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오해가 머리에 박히게 됩니다.

 

1) 넷북은 싸다 

2) 아톰은 싸다 

3) 넷북이 싼 이유는 아톰이 들어갔기 때문에 싼거다 

4) 따라서 아톰 들어간 기기는 다 싸야 한다 

5) 아톰 들어갔는데 비싼 것들은 다 무개념이다

 

이러한 인식이죠

사실 1)과 2)는 따로따로 떼어놓고 보면 맞는 말입니다.

넷북이 싼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아톰 프로세서 (정확히는 아톰N만 싼겁니다. 아톰Z의 경우는 고급형은 단가가 당시 동세대 셀러론 보다도 비쌀 정도였습니다) 도 상급 프로세서에 비해 싼것은 맞으니깐요.

 

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오해는 3)번부터 비롯됩니다.

 

여기에 대해서 정확한 내용을 이야기하면 "넷북이 싼 이유는 아톰 하나 때문만은 아닙니다"

 

2008/09/27 - [번역자료] 넷북이 이리도 싼 이유

 

제가 옛날에 넷북이 싼 이유에 관해서 번역한 기사도 있습니다만

넷북이 싼 이유는 CPU 뿐만 아니라 메인보드,액정,본체 설계,발열 설계 등 노트북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부품을 일반 노트북에 비해서 저가 부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제품의 가격이 그렇게 나올수 있었던 것입니다.

메인보드 설계의 경우는 인텔에서 설계 규격을 지원해주었기 때문에 설계비용을 줄일수 있었던 것도 있고요.

뒤에 따로 이야기하겠지만 Windows OS의 가격도 넷북용은 더 싸게 나온것도 가격 하락에 기여를 했습니다.

 

"과연 아톰 하나만 들어간다고 노트북들 가격이 넷북처럼 싸질수 있냐?" 라는 의문에 관해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과거에 소니에서 나왔던 초미니 PC VAIO UX 라는 물건이 있었습니다.

코어 솔로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초기 가격이 150만원 정도 하는 물건이었죠.

과연 여기에 프로세서만 코어솔로에서 아톰으로 바꾼다고 가격이 넷북처럼 낮아질까요?

 

프로세서 단가를 비교해보면 당시 코어솔로가 2~30만원 사이, 아톰이(가장 싼 아톰N이라도) 5만원 이하였습니다.

프로세서만 바꾸면 대충 15~25만원 정도 가격이 떨어지겠군요.

하지만 그렇게 계산해서 제품 가격은 125~135만원 까지 밖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넷북의 가격에 비해서는 엄청 비싸죠.

이 이야기는 CPU 하나만 아톰으로 달랑 바꾼다고 모든 제품이 넷북처럼 가격이 팍팍 떨어지는게 아니라는 뜻이 됩니다.

 

이 논리는 요즘 나오는 울트라북에도 대입시킬수 있습니다. 울트라북 가격에 CPU만 달랑 아톰으로 바꾼다고 넷북 가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넷북이 싸게 나올수 있었던 이유는 앞에서 말했듯이 CPU 외에도 노트북을 구성하는 다른 여러 부품들도 저가 부품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아톰 프로세서는 그 저가 부품 들 중에 하나에 불과한 것이고요...

 

다시 정리하면 넷북이 싼 것이지 아톰 들어가는 기기가 모두 싼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3. 넷북의 피해자들

 

넷북의 등장 그리고 넷북으로 인해서 두가지 시장이 외면받는 여파를 일으켰습니다.

 

 

 

 

첫번째는 넷북 이전에 등장했던 10~11인치 급의 고급형 미니 노트북들

대표적으로 소니의 T 시리즈, 후지츠의 P 시리즈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의 넷북이 상승세를 타는것과 비슷한 시기에 이 기기들은 명맥이 끊기기 시작했습니다.

T 시리즈는 더이상 나오지 않았고 P시리즈는 12인치로 사이즈를 올려서 미니노트북으로 부르기 애매한 존재가 되어버렸죠.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었습니다. 당시 저 기기들은 요즘 나오는 중고급형 노트북과 비슷한 100만원 후반~200만원 중반대라는 고가격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었죠.

물론 이 기기들은 넷북보다 성능이 좋고, ODD도 내장되어 있는 등 넷북과 차별화된 점도 있었지만 넷북의 등장으로 인해 넷북과의 가격 차이가 그런 성능 차이보다 너무나도 크게 유저들에게 다가온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입니다.

 

이후, 성능도 넷북보다 높고 가격도 당시 소형 노트북보다는 저렴해전 울트라씬 이라는 카테고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만 그 저렴한 가격의 댓가는 노트북 자체의 퀄리티 하락이었습니다.

소니에서 나온 울트라씬이었던 Y 시리즈와 그 이전의 T 시리즈를 모두 보신 분이 계시다면 이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잘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넷북도 그렇고 울트라씬도 그렇고, 퀄리티가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잘 팔렸기 때문에 더이상 퀄리티가 높고 비싼 미니노트북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 것입니다.

 

 

두번째는 아톰을 사용한 UMPC, 그리고 아톰을 사용해서 "제대로 만든" 노트북들입니다.

 

UMPC야 말할 필요가 없죠.

당시 아톰을 사용한 UMPC는 대부분 넷북보다는 가격이 비싼 편이었습니다.

소형화를 위해서 넷북처럼 저가형 부품을 사용하기 힘든 여지도 있었고 따로 인텔에서 설계 지원도 해주지 않았으니깐요...

 

그리고 대부분의 유저들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아톰인데 가격이 비싸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유저들에게 외면받은 시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그 이후 UMPC는 스마트폰 시장에 잠식되어서 완전히 명맥이 끊겼습니다만 그 이전부터 이런 이유 때문에 처음부터 제대로 날개조차 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어떤 UMPC들은 아톰을 탑재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싸그리 넷북 취급 당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후지츠에서 아톰을 탑재한 UMPC인 U2010을 내놓았었는데

한국의 유명 IT 전문 커뮤니티인 ㅍ모 사이트에서 이 모델을 넷북으로 소개한 기사를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받았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듣보잡도 아닌 그나마 국내 사이트 중에서는 전문성이 있다고 인지되었던 사이트에서 조차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을 정도니깐 말이죠...

 

 

 

 

 

두번째 말한 "아톰을 사용해서 제대로 만든 노트북"이란 건 넷북처럼 저가형 부품을 사용해서 대충대충 만들지 않고 아톰의 저전력 저발열의 특성을 제대로 이용해서 개발된 경량 혹은 롱 배터리의 노트북을 말합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노트북으로는 소니의 P시리즈, X시리즈, NEC의 Versapro Ultralite VS 등이 있습니다.

 

P시리즈의 경우는 여기서 말하기 좀 애매한 포지션에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UMPC와 미니노트북 중간의 포지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 제품의 특징은 아톰의 저전력을 이용해서 초경량 노트북으로 나왔다는 점입니다.
아톰의 종류도 넷북용인 아톰N 이 아닌 저전력형인 아톰Z를 사용했고요...

 

사실 넷북은 사이즈와 아톰의 저전력에 걸맞지 않게 무게는 그리 가볍지 않았는데 (1kg 아래로 내려가는 제품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니깐요) 이는 개발 비용을 낮추기 위해 경량화,발열설계 같은 기술에도 비용을 거의 쓰지 않은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노트북들은, P시리즈는 넷북보다 훨씬 작은 사이즈와 UMPC에 가까운 무게로 경량화 시켰고

X시리즈와 NEC 제품은 넷북보다 조금 큰 11인치 대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700g 대의 무게로 경량화 시킨 제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제품들이 넷북 같은것 보다 아톰의 저전력을 제대로 활용해서 만든 노트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댓가는 제품의 가격 상승, 그리고 이런 노트북들도 싸그리 "넷북 취급" 받은 유저들의 시각였습니다.

다시 말해 이 제품들도 역시

 

"아톰인데 가격이 비싸다"

 

라는 이유에

 

"아톰이 들어갔으니까 넷북이네"

"넷북이 왜 저리 비싸?"

 

라는 이유까지 추가되어 유저들의 욕은 욕대로 먹고 뜨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애당초 개발사들도 이런 부분은 우려하고 있었는지 위에서 말한 소니나 NEC같은 그전부터 경량 미니노트북을 생산해왔던 업체들을 제외하고는 이런 부류의 노트북을 만드는 시도조차 못했던것 같습니다.

 

UMPC야 그나마 작은 사이즈나 특이한 외형이 잘 모르는 유저들에게도 넷북과 다르게 생겼으므로 다른 제품군으로 인지가 될수 있었지만 이쪽은 생긴것도 일반 노트북 형태이고 크기도 넷북과 거의 비슷하니 외형적으로 다르게 인지되기 조차 힘들었죠

이런 부류의 노트북에 대한 별도의 마땅한 이름이 없었던 것도 넷북 취급받은 이유일수도 있었던것 같습니다. 당시는 UMPC,넷북,울트라씬 등 노트북 카테고리 별로 이름을 붙여주는 것으로 유저들에게 노트북의 종류에 대해서 인지되기 시작된 시기였으니깐요

 

뭐 소니 P 시리즈의 경우는 포켓스타일 PC 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정작 이 이름을 쓰는것은 소니밖에 없었죠-_-

심지어는 (외국 소니는 안그랬으나) 소니코리아에서는 P 시리즈 보고 넷북이라고 칭한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군요. 코엑스 소니스토어에서 P 시리즈 첫 런칭 전시 했을때 안내하는 아가씨들이 이걸 보고 넷북이라고 소개했던 상황을....

그때 아가씨들에게 뭐라 따지고 싶었습니다만 그분들이 뭘 알겠습니까? 자기들은 위에서 교육받은 대로 소개한 것일 뿐이고 소니코리아 윗사람들을 까야겠죠...-___-

 

하지만 만약 넷북이라는 존재가 나오지 않고 이런 노트북들이 나왔다면 유저들의 인식은 어땠을까요? 성능의 불만은 여전히 있었겠지만 적어도 초경량 노트북이라는 나름대로의 카테고리를 형성할수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봅니다.

 

여담이지만 여기까지 이야기를 읽고 넷북이든 아니든 성능이 엄청 구린데 당연히 싸야 하는거 아냐? 라는 의견도 있을수 있습니다만 사실 넷북이 나오기 전에는 그런 인식은 없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과거에 나왔던 "크루소" 라는 CPU가 있었는데 이것들은 지금 아톰이 엄청 빠른 CPU로 보일 정도로 미칠 듯이 느린 성능으로 욕을 먹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CPU가 한동안 계속 사용된 이유는 당시 인텔 CPU인 모바일 팬티엄3,팬티엄4 등이 발열로 인해 감당할수 없는 작은 사이즈에 들어갈수 있을 정도의 저전력 CPU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것들은 당시 인텔 CPU 사용한 노트북과 거의 비슷한 가격대를 보여주었을 정도로 고가격이었고 당시 유저들도 성능이 낮다고 크루소를 욕한 것은 많아도 가격이 비싸다고 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다시말해 작고 가벼운 미니노트북은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인지되었고 성능이 떨어져도 휴대성이라는 가치에 가격을 지불할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런 인식을 근본적으로 휘저어놓아 버린것이 바로 넷북이라는 존재였고 이 이후로 비싼 고급 경량 노트북들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춰 버리게 된 것입니다.

 

 

 

4. 넷북이 사장된 이유, 성능 때문인가? 타블렛 때문인가?

 

넷북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이유는 이 제품이 인터넷 등의 가벼운 용도로만 사용되기 위한 카테고리 라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모바일 기기의 용도에 관해서 컨텐츠 생산, 컨텐츠 소비 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합니다만 넷북은 그 기준에 따르면 컨텐츠 소비 용도 메인의 제품이라는 것이죠

애당초 아톰 같은 성능이 낮은 프로세서를 채택한 것도 처음부터 이런 용도로 한정해서 제품을 만들었다는 이유도 있었을 것입니다.

 

때문에 마찬가지로 같은 컨텐츠 소비 용도의 제품이었던 타블렛과 겹치는 것은 필연이었습니다.

게다가 타블렛은 넷북보다 (실제 프로세서 성능은 낮을지 몰라도 OS에 따른 유저 체감 성능으로 인해) 쾌적한 성능과 가벼운 인터넷 등 컨텐츠 소비 용도로는 쾌적한 사용 경험을 제공해 준것이 가장 컸던것 같습니다. 훨씬 가벼운 무게도 한몫했고요.

넷북의 장점을 굳이 찾으라면 물리 키보드 정도가 있겠습니다만 인터넷 웹서핑에서 키보드를 활용할 비중이 그리 많지 않은것이 사실이고. 워드 같은 장시간 타이핑 용도가 되면 키보드 크기 자체가 일반 노트북보다 작기 때문에 그리 쾌적한건 아니라는 점도 있었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UMPC도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의해서 사장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UMPC가 스마트폰에게 잠식된 이유가 아톰이 들어가서 성능이 낮았던 것 때문이었을까요?

이부분은 다시 앞에 소개했던 VAIO UX의 예를 들어보면 이해하기 쉬울겁니다.

다른 UMPC들도 이 VAIO UX 처럼 아톰 말고 성능높은 코어솔로/코어듀오 등의 CPU를 장착했다면 과연 스마트폰을 이겨내고 살아남을수 있었을까요?

이건 아무리 봐도 NO 입니다.

 

이 이야기를 넷북에 대입시키면 답은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컨텐츠 소비 용도를 위한 기기였기 때문에 성능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그 용도에 대한 한계와 휴대성 등에 의해서 타블렛 등을 넘어서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넷북을 극한으로 경량화시켜 휴대성을 높여서 만들면 앞에서 이야기했던 VAIO X 같은 형태가 되어서 가격이 비싸져 버리는 딜레마가 발생하고요...

 

만약 넷북에 컨텐츠 소비가 아닌 컨텐츠 생산이 가능할 정도의 성능 향상이 있다면? 이라는 의문을 던지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건 이미 넷북이 아니죠. 울트라씬이나 울트라북으로 카테고리가 넘어가야 하는 물건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5. 끝이 없이 계속되는 팀킬 논리

 

넷북과 아톰 프로세서에 대한 또다른 중요한 오해는 소위 말하는 팀킬 논리입니다.

 

"인텔이 넷북의 스팩이나 성능에 의도적으로 제한을 하는 이유는 상위 노트북을 팀킬시키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였죠...

 

이런 논리가 어느새 유행어처럼 퍼지게 되고 사람들은 이제는 넷북 뿐만 아니라 넷북과 관계없는 아톰에 관한 모든 것을 이 팀킬 논리로 이야기하려 하는 현상이 생겨났습니다.

아톰의 성능이 낮은것도 팀킬 논리이고

아톰의 메모리 스팩이 2GB가 맥시멈인것도 팀킬 논리이고

클로버트레일이 eMMC 밖에 쓸수 없게 된것도 팀킬 논리이고

등등...

아직까지 인터넷에서는 아톰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이런 팀킬 논리로 귀결시키려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이게 참 어이없는 것이 이 논리는 "특정 프로세서의 성능이 낮은 이유는 상위 프로세서를 팀킬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낮게 한것이다" 라는 뜻이 되거든요?

그럼 이 논리대로라면

- 노트북 듀얼코어가 쿼드코어보다 성능이 낮은 이유는 쿼드코어를 팀킬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능을 낮춘 것이고

- 노트북 저전력 프로세서가 일반 노트북보다 성능이 낮은 이유는 일반 노트북 시장을 팀킬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능을 낮춘 것이고

- 팬티엄, 셀러론 프로세서가 코어 i  보다 성능이 낮은 이유는 코어 i 노트북을 팀킬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능을 낮춘 것이고

이런 주장도 옳다는 뜻입니다.

 

노트북 말고도 이런 논리를 대입시킬수 있겠군요

- 경차의 엔진 성능이 대형 승용차보다 낮은 이유는 대형 승용차 시장을 팀킬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한을 한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는 제가 따로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이해를 하실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있듯이 인텔은 실제로 넷북 시장이 일반 노트북 시장을 깎아먹을것 같은 현상에 관해서 우려를 나타낸 발언을 한 적이 있었고 이것때문에 앞에서 말한 팀킬 논리가 생겨났다고 생각합니다만

문제는 그것 때문에 넷북뿐만 아니라 아톰에 관한 특징 모든 것을 이 팀킬 논리로 귀결시키려는 인식에 있습니다.

 

적어도 넷북에는 세간에 알려진 몇가지 제약은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내용은 그게 정말 제약을 건 것이 맞는지 제대로 증명되지 못한것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넷북의 화면 사이즈 제약과 해상도 제약입니다.

이중 10인치 이하라는 넷북의 화면 사이즈 제약은 적어도 지금까지 나온 넷북 제품을 봐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아톰N 프로세서 달고 나왔던 넷북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10인치나 그 아래 사이즈의 액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외가 있는것은 타블렛PC 제품 종류입니다. 타블렛은 넷북으로 취급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상도 제약은 이걸로는 사실인지 증명할 수 없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해상도 제약은 "넷북은 1024x600 해상도까지만 제약이 되어있기 때문에 1366x768 해상도의 넷북은 나올수 없다" 인데

실제로는 소수이지만 1366x768 해상도의 넷북도 발매된 것들이 있다 라는 것입니다.

 

 

 

 

 

위에 이미지로 올린 넷북들이 제가 인터넷 대충 검색해서 찾아낸 아톰N을 달고 1366x768 해상도를 사용한 넷북들입니다.

국내 발매 제품만 찾아본건데 해외에만 나온것도 포함시키면 더 많겠죠...

만약 정말로 넷북에 해상도 제약이 있었더라면 저런 넷북 제품들이 발매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이 됩니다.

따라서 세간에 퍼진 해상도 제약은 잘못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높은 해상도의 액정이 단가가 비싸서 가격을 맞추기 힘들었거나 물량을 수급하지 못했거나 뭔가 다른 이유로 많이 사용되지 못한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인텔이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건 제약도 있습니다.

MS에서는 윈도 XP ULCPC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일반 OEM용 XP보다 반값 이하의 가격으로 라이센스를 공급해서 넷북의 가격을 낮추는데 기여를 했는데 이 윈도우 버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정 스팩 이하의 제품에서만 사용가능하다는 제약을 두었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제약은 CPU 클럭, 메모리 용량(1GB), HDD 용량 등이 있습니다.

 

 

또 지적하고 싶은 사실 한가지는 제약이라는 것은 "스팩상 구현이 가능한데 의도적으로 못하게 막아놓은" 것이지

"원래 스팩상 구현 불가능한 것" 은 제약이라고 말할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앞에서 말한 넷북의 사이즈 제약은 넷북에도 외부모니터를 달면 대형 화면에서도 표시가 가능하므로 스팩상 불가능한 부분이 아닌 의도적으로 막아놓은 것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예를들어 아톰 프로세서의 메모리 한계가 2GB 까지 라는것은 처음부터 프로세서를 설계할때 그렇게 설계한 것이므로  스팩상 증설이 불가능한 것이며 이는 제약이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물론 이부분도 앞에서 말한 팀킬 논리를 들이대면서 설계할때 기술상 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킬시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스팩을 낮춰서 설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을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왜 "일반적으로 CPU의 소비전력&발열 과 성능은 비례한다" 라는 매우 상식적이고 간단한 논리에 관해서는 눈을 돌리고 무시하려 할까요?

 

아톰의 스팩과 성능이 낮은것은 팀킬 때문도 아니고 의도적인 제약도 아닌 단순히 소비전력을 낮추기 위한 결과입니다.

 

 

 

 

 

 

6. 아톰은 지금까지 성능이 아닌 저전력 강화에 주력했었다

 

지금에 와서는 거의 잊혀진 사실이지만, 인텔은 아톰을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장기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처음 1세대 아톰을 출시하기 전에 있었던 기조강연에서 2세대 아톰(무어스타운)에 대한 계발계획을 이야기하며 스마트폰에 사용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했었으니깐요.

(인텔에서 본 UMPC나 MID 같은 물건은 어찌보면 그 중간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정도로 생각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제 나온 무어스타운은 소비전력을 낮추었다고는 해도 스마트폰에 들어갈수 있을 정도의 물건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걸 사용한 스마트폰 시판 제품이 단 하나도 안나오고 사라지는 결과를 맞이했었지만요.

그리고 그로부터 소비전력을 더 낮춘 3세대 메드필드 & 클로버트레일 이 되어서야 겨우겨우 ARM 계열과 맞장뜰수 있는 소비전력을 실현해서 아톰 기반의 스마트폰 시판 제품도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직 갈길이 멀겠지만요)

 

하지만 아톰이 3단계 동안의 세대를 거치면서 ARM 계열도 가만 있었던것은 아닌지라 그 기간동안 성능 향상이 계속되어서 1세대 아톰 때라면 모르겠지만 이제는 성능 비교에서만 봐도 x86계열을 넘볼려는 존재가 되었죠.

 

결과적으로 넷북을 떼어놓고 보면 아톰이 노리고 있었던 시장과 경쟁상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ARM 계열이었습니다.

 

그리고 아톰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성능이 그리 크게 향상되지 않은 이유는 ARM계열과 대등할 수준까지 가기 위한 소비전력을 낮춘다는 목표에 전력을 쏟아부었기 때문입니다.

넷북용 아톰N은 아톰Z의 기술을 기반으로 저가격화 시켜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쪽의 성능을 따라갈수 밖에 없어서 마찬가지로 성능이 향상되지 않은 거고요.

 

그리고 3세대에 와서야 이제 제대로 그들이 원하는 저전력 수준까지 낮추었다고 판단했고 이제는 성능이 올라간 ARM과 다시 경쟁을 위해 성능 상승에 주력하기 시작하는 체재로 전환을 시작한 것이죠

이것이 4세대 베이트레일이 새로운 공정을 사용한다던가 아웃-오브-오더 아키텍쳐로 바뀐다던가 등의 수단으로 이전 세대보다는 성능 향상을 주력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역시 아톰을 넷북으로 결부시키려는 유저들의 인식으로 인해 이런 움직임 조차 넷북이 망할려고 하니까 뒤늦게 아톰에 대한 성능 향상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혹은 지금까지는 팀킬 논리로 의도적으로 성능을 높이지 않고 있던건데 정책이 바뀌었는지 제약을 풀기 시작했다 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7. 하지만 동정하거나 옹호할 생각은 없다.

 

현재 윈도우8 타블렛 등의 경량 제품에서 상위CPU 가 아닌 아톰을 사용하는 이유는 가격을 낮추기 위함이 아닌 작고 슬림한 크기와 가벼운 무게, 그리고 장시간 배터리를 구현하기 위함이 더 큰 것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지금의 코어 i CPU는 저전력 버젼이라고 해도 아톰 타블렛 같이 500g 대의 무게 + 10시간 근접하는 배터리는 구현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아톰만이 가능한 아톰의 진정한 가치라는 것이죠.

 

이와 같이 아톰 프로세서의 진정한 가치는 저전력, 초경량, 롱배터리 제품의 구현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특성이 부각되지 않고 가격만 낮춘 넷북이라는 존재로 인해 아톰 프로세서에 대한 유저들의 인식은 성능, 가격 이런쪽만 보는 인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넷북이 사라져도 이 넷북이라는 존재가 유저들에게 남기고 간 "아톰=넷북" 이라는 인식은 앞으로 인텔이 아톰을 가지고 뭔가 새로운 것을 전개할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줄수 밖에 없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만약에 차세대 아톰이 성능이 쓸만할 정도로 좋아지고 인텔이 이를 이용한 새로운 노트북 카테고리 (넷북도 아니고 울트라북보다도 초경량형인, 가격은 넷북보다 좀 나가는 식의?) 을 만들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유저들은 어떤 노트북이 나오든 간에 그것에 아톰이 들어갔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그것을 넷북 취급할 것이고 넷북인데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외면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요.

 

하지만 저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 안타까워 하지만 이것을 동정하거나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인텔이 뿌린 씨앗이며 자기네들이 저지른 일이니까 인텔에서 책임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유저들이 아톰에 관해 이와 같은 인식을 가지게 된 문제는 유저들에게 있는것이 아니고 그런 유저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제공하는 형태로 넷북 사업을 전개한 인텔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제가 안타까워 하는것은 만약 아톰 프로세서를 넷북에 사용하지 않고 처음 의도한 UMPC나 타블렛 등의 저전력 특화 기기로만 처음부터 쭉 나왔으면 적어도 아톰이 싸구려 기기 취급을 받는 지금보다는 유저들의 인식이 나쁘지 않았을 거라는 것입니다. 성능이 안좋다는 인식은 지금과 다르지 않겠지만 성능과 가격은 별개의 문제이죠.

 

 

 

 

 

 

사진은 ASUS에서 넷북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에 공개된 10인치 노트북 1015E 입니다. 200$대의 저가격과 크기는 넷북과 유사한 점이 있지만 아톰이 아닌 셀러론 프로세서를 장착한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넷북의 시발점이 된 Eee PC도 처음에는 셀러론을 달았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원점회귀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처음부터 넷북이 이렇게 셀러론 등으로 나왔으면 아톰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요?